AI 네이티브, 혹은 '처음부터 다시'라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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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개인정보 및 고객사 정보 보호를 위해 프로젝트명과 일부 세부 정보는 마스킹 처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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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지금껏 쌓아온 것들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닙니다.
최근 업계에서 'AI 네이티브'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AI를 중심으로, 인간과 에이전트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운영의 자율성·지능성·적응력을 갖춘 것을 의미한다고 하죠.

다시 말해, 기존 시스템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AI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입니다. 마치 스마트폰 시대에 PC용 웹사이트를 축소해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모바일을 전제로 만드는 것처럼요.
기존 워크플로우에 ChatGPT 탭 하나 띄워두는 건 'AI를 쓰는 것'이지, 'AI 네이티브'가 아닙니다. ―마치 피처폰에 터치스크린만 붙인다고 스마트폰이 되지 않듯이.
호불호와 논란이 많은 주장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버리자는 게 아니라 공부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겁니다.
예전에는 문법을 외우고, 라이브러리 사용법을 암기하고, 에러 메시지를 구글링하며 하나씩 쌓아가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Stack Overflow 답변을 복사-붙여넣기 하면서 "이게 왜 되지?" 싶었던 경험, 다들 있으시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 코드가 왜 동작하는지 설명해줘"라고 물으면, 진짜 설명을 해주는 시대가 왔습니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공부 방식이 열렸어요. 궁금한 걸 바로 물어볼 수 있고, 틀린 부분을 즉시 피드백 받을 수 있고, 전체 맥락을 유지한 채 깊이 파고들 수 있습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인내심 좋은 시니어 개발자가 옆에 앉아 있는 것처럼요. ―물론 가끔 자신 있게 틀리기도 합니다만.
암기와 반복 대신, 질문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다만, AI가 모든 걸 대신해주는 건 아닙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의지.
왜 이걸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의도.
어떻게 만들어갈지 관통하는 태도.
그리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바라보는 발상.
AI는 "이 버튼을 파란색으로 바꿔줘"라는 요청은 완벽히 수행합니다. 하지만 "왜 이 버튼이 여기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에요.

RPG로 치면 AI는 만렙 용병입니다. 데미지도 잘 뽑고, 스킬 로테이션도 완벽해요. 하지만 어느 던전을 갈지, 어떤 퀘스트를 받을지는 플레이어가 정해야 합니다. ―용병이 알아서 메인 퀘스트 깨주진 않으니까요.
결국 AI 네이티브 시대에 개발자에게 남는 건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입니다. 지휘자가 악기를 직접 연주하지 않아도 오케스트라를 이끌 수 있는 것처럼, 코드 한 줄 한 줄을 직접 타이핑하지 않아도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저 조차도 매일 배우고 적응하는 중입니다. 우리 모두 그렇겠지만요.